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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대웅 작곡'회혼례를 위한 시나위'
서양적인 세련된 감각과 한국적인 멋의 조화
이인원원장 기사입력  2012/03/12 [21:29]
서울대학교 국악과에서 국악 작곡을 전공한 백대웅은 재학 시절 국악은 물론 서양음악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 '바르톡' 등 민족주의 작곡가들의 음악에 심취했고, 대학 졸업 후 KBS 방송국 프로듀서로 일하면서 판소리와 민요에 관심을 갖고 채보와 연구를 거듭하여 마침내 「한국 전통음악의 선율 구조」라는 한국음악사상 빛나는 한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은 후에 책으로 발간되었는데, 지금까지 피상적으로 해석되어 온 전통음악의 음 구조를 논리적으로 분석하여 밝혀냄으로써 이후 전통음악의 이론 전개와 이를 이용한 창작음악의 진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 동서양 조화를 통해 얻은 중용의 품위 "
 
서양음악과 한국 전통음악에 대한 그의 관심과 연구는 두 음악에 대한 균형 있는 감각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된다. 그의 음악은 전통음악에 바탕을 두면서도 전통일변도로 치닫지 않고, 서양음악의 세련된 감각을 이용하면서도 그것을 거칠게 드러내지 않는다.
 
그의 지론은, 현대의 시대적 과제가 동서양의 조화에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서로가 깊이 이해하고 서로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전통에만 너무 집착하거나 또는 서양음악만이 최고의 음악이라는 생각을 경계한다. 이 곡 '회혼례를 위한 시나위'에 있어서도 전통적인 시나위의 계면조 일색에서 탈피하여 우조를 주로 사용하면서 다양한 전조를 구사하는 등 새로운 실험을 시도하고 있다.
 그는 그가 배운 서양음악의 양식과 기법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우리음악의 미의식에 맞는 것만을 선별하여 이를 다시 우리 식으로 변화시켜 사용한다. 따라서 그의 음악에서는 전통음악과 서양음악이 변증법적으로 융합되어 나타난다.
 
그의 음악은 한국적인 멋과 흥취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서양음악의 우아하고 세련된 감각을 아울러 지니고 있다. 또 그의 음악은 늘 중용의 미학을 지키고 있다. 흥과 신명이 있되 그것이 지나치지 않고 잔잔한 슬픔이 있되 애절한 한은 피하고 있다. 밝지만 경망스럽지 않고 지나치게 어둡고 무거운 것도 피한다. 그의 음악은 늘 중용의 품위를 잃지 않는다. 그것은 듣는 사람에게 자연스러운 느낌을 준다.
 
백대웅의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이 곡 외에 관현악곡 '용상', 오케스트라 아시아를 위한 '남도 아리랑' 등이 있다.
             
                   " 자진모리와 중중모리로 표현한 기쁘고 즐거운 마음 "
 
관현악곡 '회혼례를 위한 시나위'는 평소 작곡가와 가깝게 지내던 어느 지우(知友)의 부모님의 회혼례를 위해 작곡된 곡으로 1985년 초연되었다. 이 곡은 '시나위'라는 곡명에서 알 수 있듯이 중중모리와 자진모리의 장단들로 짜여진 실내악 편성의 곡이었으나 후에 악기를 늘이고 타악기를 보강하여 관현악곡으로 만들어냈다.
 이 곡은 크게 중중모리와 자진모리의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 처음 부분은 ABA'의 형식으로 되어 있고, 두 번째 부분은 ABA'CA''의 형식으로 되어 있다. 즉, 큰 틀은 중중모리와 자진모리라는 전통음악의 형식으로 되어 있고 작은 틀은 서양음악의 형식으로 되어 있어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ABA'의 형식이라 해도 서양음악의 3부분 형식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즉, 서양음악의 3부분 형식에 있어서는 B부분에 A부분과는 대조되는 성격의 선율이 나타나 서로 대비를 이루는 데 비해 이 곡에 있어서도 B부분에 A부분의 성격이 부분적으로 나타나 대비적인 요소를 약화시키고 있으며, 또 선율의 전개에 있어서도 서양음악의 대위법 적인 기법이 사용되고 있으나 이 역시 한국식으로 변모되어 사용된다. 이러한 사실들은 그가 서양음악의 기법들을 어떤 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 곡은 처음 피리가 중중모리 장단의 밝고 씩씩한 선율을 연주하면서 시작된다. 이 선율은 '솔라도레미'의 우조로 되어 있고 그 중심음은 '도'이다. 기쁘고 즐거운 마음이 중중모리 장단을 타고 흐른다.
 
이러한 우조의 분위기는 이 곡 전체의 분위기를 대변한다. 이 선율은 처음에는 3장단으로, 다시 2장단에서 1장단으로 줄어들면서 서로 주고받는 가락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곡에 있어서는 리듬적인 요소가 매우 중시된다. 박자의 기본 단위가 셋으로 나뉘어지는 3분박과 둘로 나뉘어지는 2분박이 한 가락 속에 뒤섞여 있고 또 한 악기가 3분박의 리듬으로 연주할 때 다른 악기는 2분박으로 연주함으로써 전체적으로 대단한 리듬적인 활력을 이끌어내고 있다.
 
중중모리는 중간에 '미, 라, 시, 도, 레'의 계면조로 잠시 바뀌었다가 다시 처음 부분이 반복되면서 끝나고 곧이어 빠른 자진모리로 들어간다.
 
자진모리는 씩씩하고 활달한 기상을 갖고 있는 우조의 선율로 시작한다. 이 가락에 이어 대금과 피리가 높은 음을 번갈아 질러내면서 장쾌하고 시원한 맛을 준 다음 가야금 독주의 두 번째 부분으로 넘어가는데 이 가야금 독주 선율은 계면조로 되어 있지만 어둡지 않고 가야금의 악기적 특성이 충분히 발휘된다.
 
가야금 독주에 이어 처음 부분에 다시 힘차게 연주된 다음 자진모리의 네 번째 부분으로 넘어가는데 이 부분은 피리의 선율에 대금과 가야금의 선율이 응답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재미있는 것은 피리가 선율을 수시로 바꾸면서 연주하는 동안 대금과 가야금은 똑같은 선율로 응답하여 마치 민요의 메기고 받는 형식을 연상케 한다. 작곡가의 민요에 대한 의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 한 가지는 메기는 피리의 선율은 '솔, 라, 도, 레, 미'의 우조로 되어 있고, 받는 대금과 가야금 선율은 '미, 라, 시, 도, 레'의 계면조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시나위의 일반적인 틀을 깨는 작곡자의 신선한 발상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곡은 자진모리 첫 부분의 후반부가 전 합주로 힘차게 연주되면서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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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2/03/12 [21:29]  최종편집: ⓒ 국악디지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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