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예술세계=김갑식 편집국장] 국악의 현대화라는 말과 의미는 다르지만 자주 거론되었던 말이 ‘국악의 대중화’이다. 얼핏 들으면 비슷한 개념으로 느껴지지만 사실 확연하게 구분되는 말이다. 국악의 대중화란 표현 역시 국악의 현대화란 말과 비슷한 시기에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그렇다면 국악의 대중화는 어떤 뜻일까. 말 그대로 국악을 대중, 일반 국민에게 널리 알리자는 의지가 확연히 드러나는 용어이다.
다시 말해 대중화되지 못한 국악을 대중화시키자는 것인데 그렇다면 어떻게 대중화시킬 것인가 하는 구체적 방안에 대해서는 내용이 없다. 각론이 서 있지 않은 개론에 머문 상태인 것이다.
국악의 대중화에 대한 호응은 1960년대 초기에 민속악계(民俗樂界)·창악계(唱樂界) 인사들을 중심으로 확산되었다. 그들은 생존 문제를 해결하고 예술적 활로를 찾자는 관점에서 거론했다. 경제적 위기를 해소하고 인멸 위기에 처한 현실의 타개책으로 간주했던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정악(正樂)과 관련된 대중화 주장도 있었는데 민족주의 차원에서 바람직한 음악문화를 지향하자는 당위적 시각이었다. 일반 국민들이 국악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두 파트에서 제기된 대중화는 따지고 보면 국악이 일반 국민에게 소외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방책이었다.
당시 국악의 현대화 주장은 국립국악원과 서울대학교 국악과를 중심으로 형성된 견해였다. 그들은 국악계 주류였기에 생존이나 물적 관점이 아니라 낡은 것을 새롭게 하고 건설해야 한다는 차원이었다.
무엇보다 평균율 도입과 악기 개량 문제가 현안이었는데 그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당장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의 밑바탕에는 서구의 것이 앞서가는 체계이고 우리 것은 낡은 것이며, 서양음악이 표준이고 국악은 비표준이라는 자기비하가 도사리고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국악 현대화는 서양 음악과 문학평론 장르에서도 제기되고 있었다. 그들의 주된 시각은 도식적 차원의 현대화는 진정한 현대화가 아니며 내적 승화가 진정한 현대화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의 바탕에는 국악 그 자체가 더 이상 예술로서 자생력이 없다는, 정체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깔려 있었다. 이같은 사고방식은 국악의 가치와 의미가 예술 자체로서가 아니라 단지 예술을 위한 ‘재료’나 ‘도구’로 평가절하된 것에 다름아니었다.
국악의 현대화는 서구 지향의 욕구가 강했던 엘리트 세력이 추구한 성급하고 불합리한 측면이 강했고, 국악의 대중화는 주류로부터 떨어져 있던 약자들의 ‘생존 논리’로서의 관점이 앞섰다.
어쨌든 이 두 가지 주장은 우리 국악 현대사가 시작되던 시기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온 국악계 내의 고질적인 역학관계를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 국악계가 여전히 그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있음은 안타깝고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계속).
국악예술세계 김갑식 편집국장 gugakpeople@gugakpeople.com